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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 DB가 RDB를 대체할까? 숫자로 본 2026년 데이터베이스 흐름

작성자
듀오랩스 대표·13분 읽기

데이터베이스 순위 사이트 DB-Engines에는 데이터 모델별 인기 추이를 그린 그래프가 있습니다. 2013년 1월을 100으로 놓고 2026년 10월까지 이어 보면 그래프 DBMS는 901이 됩니다. 아홉 배입니다. 같은 기간 관계형 DBMS는 80으로 오히려 내려왔습니다.

이 두 숫자만 보면 「요즘은 RDB를 덜 쓰고 그래프 DB를 많이 쓴다」는 말이 맞아 보입니다. 그런데 같은 페이지의 다른 그림은 정반대를 말합니다. 2026년 10월 전체 인기 점수 중 관계형이 차지하는 몫은 71.0%이고, 그래프는 1.6%입니다.

성장률과 점유율을 섞을 때 생기는 착시

두 그림이 다른 말을 하는 이유는 하나는 성장률이고 하나는 점유율이기 때문입니다. 작게 시작한 것은 조금만 커져도 몇 배가 됩니다. 그래프 DB는 2013년에 거의 없다시피 한 데서 출발해 아홉 배가 됐고, 그래도 전체의 1.6%입니다. 관계형은 이미 시장 대부분을 차지한 상태에서 출발해 지수가 조금 내려갔고, 그래도 전체의 71%입니다.

「그래프 DB를 많이 쓴다」는 말이 퍼진 데는 예측도 한몫했습니다. 가트너는 2021년에 그래프 기술이 2025년까지 데이터·분석 혁신의 80%에 쓰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2021년 당시 10%). 이 예측은 그래프 DB 회사 TigerGraph가 연 행사의 기조연설에서 나왔다고 TechTarget이 보도했습니다. 2025년이 지났지만 이 예측이 맞았는지 보여 주는 공개 자료는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혁신의 80%」는 「사용량의 80%」와 다른 말이라는 점은 짚어 둘 만합니다.

최근 3년만 떼어 봐도 그림은 비슷합니다. DB-Engines의 같은 추이 그래프에서 2023년 10월을 100으로 놓으면 2026년 10월에 관계형은 89, 그래프는 81입니다. 이 지수가 각 분류의 상위 여섯 개 제품 점수 평균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적어도 지난 3년 동안 그래프 쪽이 관계형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는 근거는 이 자료에 없습니다.

2026년 실제 사용량을 보여 주는 두 지표

DB-Engines 점수는 설치 대수가 아니라 검색량, 구인 공고, 개발자 커뮤니티 언급 같은 관심도를 잽니다. 그래서 개발자에게 직접 묻는 Stack Overflow 개발자 설문과 같이 보는 편이 좋습니다.

순위 DB-Engines 2026년 10월 점수 1년 전 대비
1 Oracle 1,119.79 -92.98
2 MySQL 837.96 -41.70
3 Microsoft SQL Server 694.47 -20.58
4 PostgreSQL 688.75 +45.56
5 MongoDB 374.64 +6.63
20 Neo4j 48.88 -3.63

상위 다섯 중 넷이 관계형입니다. 그래프 DB 1위인 Neo4j는 전체 20위입니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그래프의 성장이 아니라 PostgreSQL입니다. 상위 네 관계형 중 1년 사이 점수가 오른 것은 PostgreSQL 하나뿐이고, 오른 폭도 상위 20위 안에서 가장 큽니다(DB-Engines 전체 순위).

Stack Overflow 설문도 같은 방향입니다. 2025년 설문에서 지난 1년 동안 깊게 다뤄 본 데이터베이스를 물었더니 응답자 2만 6천여 명 중 PostgreSQL이 55.6%, MySQL 40.5%, SQLite 37.5%였고, Neo4j는 2.6%였습니다. 2026년 설문에서 PostgreSQL은 57.9%로 1위를 지켰습니다. 2024년 48.7%, 2025년 55.6%에 이은 숫자입니다. 두 해는 응답자 규모가 달라서(2026년 이 질문 응답자는 약 1만 2천 명) 퍼센트 차이를 정밀하게 비교할 수는 없지만, 순위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데이터베이스 종류와 각각이 잘하는 일

그래프 DB가 무엇을 대체하는지 따지려면 종류부터 나눠 봐야 합니다. DB-Engines는 2026년 10월 기준 440개 시스템을 데이터 모델별로 분류합니다. 아래 표의 시스템 수와 점수 비중은 그 분류를 따랐습니다(여러 모델을 지원하는 제품은 주 모델로 셉니다).

종류 데이터를 담는 모양 대표 제품 시스템 수 점수 비중
관계형 행과 열의 표, 표끼리 키로 연결 Oracle, MySQL, PostgreSQL 170 71.0%
문서형 JSON 같은 문서 한 덩어리 MongoDB 58 10.9%
키-값 키 하나에 값 하나 Redis, DynamoDB 72 4.7%
검색 엔진 전문 검색용 역색인 Elasticsearch 30 3.9%
벡터 임베딩 벡터와 유사도 검색 Pinecone, Milvus, Qdrant 27 2.8%
와이드 컬럼 행마다 열이 다른 거대한 표 Cassandra 13 2.3%
그래프 노드와 관계(엣지) Neo4j 44 1.6%
시계열 시각이 붙은 측정값 InfluxDB 46 1.2%

표에서 하나 더 읽히는 것은 「시스템 수」와 「점수 비중」이 따로 논다는 점입니다. 그래프 DB는 44종이나 있지만 비중은 1.6%입니다. 제품은 많은데 하나하나가 받는 관심은 작은 분야입니다.

종류를 고르는 기준은 데이터의 모양보다 가장 자주 던지는 질문의 모양이라고 저는 봅니다. 주문과 고객과 상품을 엮어 합계를 내는 질문이면 관계형, 화면 하나에 필요한 것을 한 번에 꺼내는 질문이면 문서형, 키 하나로 빨리 꺼내는 질문이면 키-값, 「이 사람의 친구의 친구의 친구 중 같은 회사 출신」 같은 질문이면 그래프입니다.

그래프 DB가 진짜로 이기는 질문

그래프 DB를 과장된 유행으로만 보는 것도 틀린 그림입니다. 관계를 여러 단계 따라가는 질문에서는 구조적으로 유리합니다.

관계형 DB에서 「친구의 친구」를 찾으려면 친구 관계 표를 자기 자신과 한 번 조인합니다. 세 단계면 세 번, 단계 수가 정해지지 않았다면 재귀 쿼리(WITH RECURSIVE)를 써야 합니다. 조인할 때마다 인덱스를 찾아 짝을 맞추는 일이 반복되고, 단계가 깊어지고 연결이 많아질수록 중간 결과가 불어납니다. 그래프 DB는 노드가 자기와 연결된 노드를 직접 가리키게 저장해 두고, 질의 언어도 경로를 그리듯 씁니다.

MATCH (me:Person {name: '홍길동'})-[:FRIEND*1..3]-(p:Person)-[:WORKS_AT]->(:Company {name: '듀오'})
RETURN DISTINCT p.name

이런 질문이 서비스의 중심인 곳이 그래프 DB가 맞는 자리입니다. 금융 거래에서 돈이 몇 단계를 돌아 다시 돌아오는 고리를 찾는 이상 거래 탐지, 소셜 서비스의 추천, 네트워크 장비나 마이크로서비스의 의존 관계 추적, 그리고 요즘 RAG에서 문서 속 개체와 관계를 엮는 지식 그래프(GraphRAG)가 대표적입니다. 반대로 관계를 한두 단계만 따라가는 대부분의 업무 시스템에서는 관계형 DB의 조인으로 충분하고, 그래프 DB를 따로 두면 데이터를 두 곳에 맞춰 두는 비용이 생깁니다.

관계형이 다른 모델을 흡수하는 흐름

2026년의 진짜 흐름은 「RDB에서 그래프 DB로」가 아니라 관계형 DB가 다른 모델의 기능을 안으로 들이는 것이라고 저는 봅니다. DB-Engines가 상위 제품에 붙여 둔 부가 모델 목록이 그 증거입니다. Oracle은 관계형이면서 문서, 그래프, RDF, 공간, 벡터를 함께 표기하고, PostgreSQL은 문서, 그래프, 공간, 벡터를, SQL Server는 문서, 그래프, 공간을 함께 표기합니다.

그래프 질의는 표준에도 들어왔습니다. 2023년 SQL 표준에 속성 그래프 질의를 다루는 16부(ISO/IEC 9075-16, SQL/PGQ)가 추가됐고, 2024년 4월에는 그래프 전용 질의 언어 GQL이 ISO/IEC 39075로 나왔습니다. GQL은 ISO가 1987년 SQL 이후 처음 낸 데이터베이스 질의 언어 표준입니다. SQL/PGQ는 기존 표 위에 「이 표는 노드, 이 표는 관계」라는 정의를 얹고 GRAPH_TABLE 안에서 경로 패턴으로 질의하게 합니다. Oracle은 23ai에서 이것을 상용 제품으로는 처음 구현했다고 밝혔습니다.

PostgreSQL 쪽은 아직 본체가 아니라 확장으로 이 일을 합니다. 벡터 검색은 pgvector, 그래프 질의는 openCypher를 쓰는 Apache AGE 같은 확장을 붙입니다. 본체에 SQL/PGQ를 넣는 작업이 진행돼 왔지만, 2026년 9월 14일 기준 PostgreSQL 19 출시 노트에는 들어 있지 않아 이 글에서는 들어간다고 쓰지 않겠습니다. PostgreSQL 확장이 어디까지 해 주는지는 PostgreSQL 확장 프로그램 총정리에 따로 정리돼 있습니다.

벡터 DB가 같은 길을 먼저 걸었습니다. 생성형 AI와 함께 전용 벡터 DB가 크게 주목받았지만, 2026년 10월 DB-Engines에서 Pinecone은 46위, Milvus 53위, Qdrant 54위입니다. 2026년 Stack Overflow 설문 페이지에는 Qdrant의 현장 연구 책임자가 PostgreSQL을 두고 한 말이 실려 있습니다. pgvector가 벡터 검색으로 들어가는 「입문 약물(gateway drug)」 같아서, 한번 쓰기 시작하면 그 안에 머문다는 것입니다. 벡터 DB 회사 사람이 한 말이라 더 무게가 있습니다. 저는 그래프 DB도 비슷한 구도라고 봅니다. 관계를 깊게 따라가는 일이 서비스의 중심이면 전용 그래프 DB를 고르고, 가끔 필요한 정도면 쓰던 관계형 DB의 그래프 기능이나 확장으로 해결하는 쪽이 늘어날 것입니다.

분석 DB와 캐시 쪽의 움직임

그래프 말고도 숫자에 드러나는 움직임이 몇 가지 있습니다.

분석용 데이터베이스도 커지고 있습니다. DB-Engines에서 1년 사이 점수가 가장 많이 오른 축에 Databricks(+42.44)와 Snowflake(+22.65)가 있습니다. 운영 DB에 쌓인 데이터를 모아 분석하는 데이터 웨어하우스와 레이크하우스 쪽입니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스 안에서 도는 분석용 DB인 DuckDB(41위)와 열 지향 분석 DB인 ClickHouse(25위)도 1년 사이 점수가 올랐습니다.

운영 DB 쪽은 PostgreSQL로 모이고 있습니다. 2026년 설문 페이지는 마이크로소프트 Azure 데이터베이스 부사장이 「Postgres는 데이터베이스계의 리눅스」라고 한 말을 함께 실었습니다. 상용 DB를 파는 회사의 임원이 한 말이라는 점이 흐름을 잘 보여 줍니다.

캐시 쪽은 갈라지고 있습니다. Stack Overflow 2025년 설문은 Redis 사용이 8% 늘었다고 짚었습니다. 같은 설문에 Redis의 2024년 라이선스 변경 뒤 리눅스 재단 아래에서 갈라져 나온 Valkey가 2.4%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지표가 말해 주지 않는 것

두 지표 모두 한계가 있습니다. DB-Engines는 관심도를 재므로 오래되고 큰 상용 제품이 유리하고, 한 회사가 내부에서 조용히 쓰는 시스템은 잘 잡히지 않습니다. Stack Overflow 설문은 응답자가 웹·앱 개발자 쪽으로 기울어 있어서, 금융권이나 통신사의 데이터 팀이 쓰는 그래프 DB는 실제보다 작게 잡혔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래프 DB는 아무도 안 쓴다」고 읽는 것도 틀립니다. 특정 분야에서는 핵심 인프라입니다.

그래도 질문이 「RDB를 덜 쓰고 그래프 DB를 많이 쓰는가」라면 답은 분명합니다. 두 지표 어디에서도 그런 흐름은 보이지 않고, 관계형 DB는 2026년에도 전체 관심의 70%를 넘게 차지하며, 그중 PostgreSQL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습니다. 그래프는 관계형을 대체하는 쪽이 아니라 관계형 안으로 들어오는 기능이 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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