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웨어와 ERP의 차이: 결재가 끝난 뒤 바뀌는 것
구매품의서 결재 알림이 옵니다. 팀장 승인, 대표 승인, 완료. 그다음 담당자가 승인된 문서를 옆 창에 띄워 두고 품목과 수량, 단가를 엑셀 발주 시트에 한 줄씩 옮겨 적습니다.
결재는 전산으로 끝났는데 일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그룹웨어인지 ERP인지 찾아보면 대개 둘의 정의부터 나옵니다.
「사람 중심 대 데이터 중심」으로는 고를 수 없는 이유
검색하면 거의 같은 설명이 나옵니다. 그룹웨어는 사람 사이의 소통과 결재를 다루고, ERP는 영업·구매·재고·회계 같은 데이터와 프로세스를 통합한다는 설명입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문제는 이 구분으로 위 장면을 설명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구매품의서는 사람 사이의 결재이면서 동시에 구매 데이터입니다. 그룹웨어에도 결재 문서가 수천 건씩 쌓이니 데이터가 없는 것이 아니고, ERP에서도 사람이 승인 버튼을 누릅니다. 사람 중심인지 데이터 중심인지는 같은 일을 보는 각도의 차이라서, 어느 쪽을 들여야 하는지는 답해 주지 못합니다.
승인이 바꾸는 것, 문서의 상태와 재고의 수량
저는 둘을 가르는 기준을 하나로 봅니다. 그 기록을 다른 기록이 가져다 쓰는가입니다.
그룹웨어에서 결재가 끝나면 바뀌는 것은 문서의 상태입니다. 「진행 중」이 「승인」이 됩니다. 사람이 그 문서를 읽고 다음 일을 합니다. 문서에 오타가 있어도 읽는 사람이 알아서 고쳐 읽으면 그만입니다.
ERP에서 발주가 승인되면 문서 상태만 바뀌지 않습니다. 입고 예정 수량이 잡히고, 물건이 들어와 입고와 매입을 처리하면 재고가 늘고 갚을 돈이 장부에 올라갑니다. 그 숫자를 다시 판매 가능 수량과 원가, 월말 장부가 가져다 씁니다. 발주 수량 하나가 틀리면 그 뒤의 숫자가 줄줄이 틀립니다.
그래서 ERP에서는 승인이 곧 거래입니다. 그룹웨어의 승인은 거래를 해도 된다는 허락에 가깝습니다.
두 제품이 서로 넘어오는 자리, 전자결재
헷갈리는 이유는 두 제품이 실제로 서로의 영역으로 넘어오기 때문입니다. 그룹웨어에 재고나 매출 메뉴가 붙어 있고, ERP에 전자결재가 들어 있습니다. 한 회사가 둘을 같이 팔면서 연동을 내세우는 경우도 흔합니다.
겹치는 자리는 거의 항상 전자결재입니다. 결재는 사람의 일이면서 거래의 관문이라 양쪽 모두 가져가려 합니다. 그래서 제품 분류로 판단하기보다 위 기준을 대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결재가 끝났을 때 재고나 장부가 스스로 바뀌는지, 사람이 옮겨 적어야 바뀌는지를 보면 됩니다.
회계 프로그램이 있으면 ERP가 있는 것일까?
작은 회사에서 자주 듣는 말이 「ERP는 이미 있다」입니다. 들여다보면 세무사 사무실과 맞춰 쓰는 회계 프로그램인 경우가 많습니다.
회계 프로그램은 결과를 적는 곳입니다. 매출과 매입 증빙, 급여가 전표로 들어갑니다. ERP가 하려는 일은 그 결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쌓는 것입니다. 주문을 받고, 출고하고, 재고가 줄고, 그래서 매출 전표가 생기는 순서를 한 기록 위에서 잇습니다.
회계 프로그램만 있으면 과정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대개 엑셀입니다.
작은 회사에서 ERP 자리를 채우는 엑셀
그래서 규모가 작은 회사의 실제 구성은 교과서와 다릅니다. 결재와 일정은 그룹웨어, 장부는 회계 프로그램, 주문과 발주와 재고와 거래처별 매출은 엑셀입니다. ERP가 해야 할 일을 엑셀이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저는 이것을 나쁘게만 보지 않습니다. 엑셀은 양식을 그 자리에서 고칠 수 있고, 모두가 이미 쓸 줄 압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파일이 여러 개로 갈라져 같은 내용을 서로 옮겨 적기 시작할 때입니다. 담당자가 자리를 비우면 어느 파일이 최신인지 아무도 모르게 되는 때이기도 합니다.
고르기 전에 찾을 곳, 두 번 입력하는 자리
그룹웨어가 필요한지 ERP가 필요한지는 질문을 바꿔야 답이 나옵니다. 지금 같은 내용을 두 번 이상 입력하는 곳이 어디인가.
| 지금 겪는 일 | 필요한 것 |
|---|---|
| 결재 문서가 메일과 종이에 흩어져 찾을 수 없다 | 그룹웨어 |
| 결재는 끝났는데 승인된 내용을 엑셀에 또 옮겨 적는다 | ERP가 하는 일 |
| 주문이 오면 공급처마다 형식을 바꿔 다시 보낸다 | ERP 중 발주 흐름 하나 |
| 월말에 엑셀을 보고 회계 프로그램에 다시 입력한다 | ERP 중 매출·매입 전표 흐름 |
아래 두 줄이 중요합니다. 옮겨 적는 자리가 한두 곳이라면 ERP 전체를 들일 이유가 약합니다. ERP는 판매부터 회계까지 모든 흐름을 한 기록 위에 올리는 대신, 모든 부서가 그 방식에 맞춰 일하는 법을 바꿔야 합니다. 옮겨 적는 흐름이 하나라면 그 하나만 잇는 편이 비용도 기간도 작습니다.
저라면 가장 자주, 가장 여러 사람이 옮겨 적는 흐름 하나부터 고르겠습니다. 그 흐름을 이은 뒤에 다음 옮겨 적기가 보이면 그때 넓힙니다. 처음부터 전체를 설계할 때보다 실제로 쓰이는 칸만 남습니다.
흐름 하나씩 잇는 방식이 한계에 닿는 회사
이 기준은 한 사업장에서 사고팔거나 만들어 파는 회사에 잘 맞습니다. 사업장이 여러 곳이라 사업장 사이에 재고가 오가거나, 제품별 원가를 공정 단위로 계산해야 하는 제조사라면 흐름을 하나씩 잇는 방식은 금방 한계에 닿습니다. 흐름끼리 서로의 숫자를 참조하기 시작하면 결국 한 기록 위에 올리는 ERP의 방식이 필요해집니다. 그 경계가 직원 몇 명, 품목 몇 개쯤에서 오는지는 업종마다 달라서 저도 숫자로 말하지 못합니다.
반대로 결재 문서만 정리되면 되는 회사도 있습니다. 거래 건수가 적고 건마다 금액이 큰 회사, 이를테면 프로젝트 단위로 계약하는 회사는 재고도 발주도 없으니 그룹웨어와 회계 프로그램으로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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