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S
기획

PoC(개념 증명)는 왜 유료여야 할까? 성공 기준부터 정하는 시범 적용

작성자
듀오랩스 대표·10분 읽기

「2주 동안 무료로 시범 적용해 드리겠습니다. 써 보시고 판단하세요.」

발주를 검토하는 쪽에서 들으면 손해 볼 것이 없는 제안입니다. 그런데 이런 시범 적용이 끝나는 장면은 대개 비슷합니다. 2주가 지나고 담당자는 「괜찮은 것 같은데 조금만 더 써 보자」고 말하고, 결정권자는 결과를 보고받지 못했고, 업체는 다음 2주를 또 무료로 일합니다. 아무도 실패했다고 말하지 않는데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습니다.

이 글은 그 시범 적용, PoC(Proof of Concept, 개념 증명)를 다룹니다. 무료냐 유료냐는 가격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PoC가 무엇을 만들어 내는 일인지에 대한 이해에서 갈립니다.

PoC를 무료 시연으로 볼 때 생기는 일

흔히 PoC를 「계약 전에 업체가 실력을 보여 주는 단계」로 이해합니다. 이렇게 보면 PoC의 결과물은 업체가 만든 화면이고, 비용은 업체의 영업비가 됩니다. 업체가 무료로 해 주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이 이해는 PoC가 끝난 뒤를 설명하지 못합니다. 화면은 잘 돌아가는데 도입 여부가 정해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그 이유를 물으면 「아직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답이 돌아옵니다. 업체는 보여 줄 것을 다 보여 줬는데 발주사는 판단할 것을 받지 못한 셈입니다.

저는 여기서 PoC의 결과물을 잘못 잡았다고 봅니다. PoC가 만들어 내는 것은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결정입니다. 「이 방식으로 우리 문제가 풀리는가, 풀린다면 본 구축을 할 가치가 있는가」에 예나 아니오로 답하는 것이 PoC의 일이고, 화면은 그 답을 얻기 위한 실험 도구일 뿐입니다.

데모·PoC·파일럿·MVP가 답하는 질문

비슷한 말이 여럿이라 섞여 쓰입니다. 무엇으로 실험하는지와 어떤 질문에 답하는지로 나누면 경계가 분명해집니다.

구분 무엇으로 답하는 질문 끝나면
데모 업체가 준비한 데이터 어떤 모습으로 풀릴까? 관심이 생기거나 안 생깁니다
PoC 발주사의 실제 데이터, 좁은 범위 우리 조건에서 되는가? 본 구축 여부를 정합니다
파일럿 실제 사용자, 실제 업무, 일부 부서 운영에 들여도 되는가? 전사 확대 여부를 정합니다
MVP 시장의 실제 고객 사람들이 이걸 원하는가? 제품 방향을 정합니다

데모와 PoC를 가르는 것은 데이터입니다. 업체의 데이터로 잘 돌아가는 것과 발주사의 데이터로 돌아가는 것은 다른 문제이고, 둘 사이의 차이는 거의 항상 데이터 정리 상태에서 나옵니다. 파일럿은 PoC보다 한 걸음 더 나간 단계로, 기술이 아니라 운영을 검증합니다. 여기서부터는 회사마다 용어를 다르게 쓰기도 해서, 계약서에는 이름보다 범위와 질문을 적는 편이 안전합니다.

PoV(Proof of Value)라는 말도 있습니다. 「되는가」보다 「돈이 되는가」를 검증한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저는 PoC와 PoV를 따로 나눌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가치를 묻지 않는 PoC는 애초에 결정을 만들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기술 검증을 통과하고도 버려지는 프로젝트

PoC를 「기술적으로 되는지 보는 단계」로만 좁히면 생기는 일을 Gartner가 숫자로 내놓은 적이 있습니다. 2024년 7월 발표에서 Gartner는 생성형 AI 프로젝트의 최소 30%가 2025년 말까지 PoC 이후 중단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이유로 든 것은 넷입니다.

poor data quality, inadequate risk controls, escalating costs or unclear business value

눈여겨볼 점은 넷 중 어느 것도 「기술이 안 돼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데이터 품질, 위험 관리, 비용, 사업 가치는 전부 PoC 단계에서 물을 수 있었던 질문입니다. 화면이 돌아가는지만 확인하고 넘어갔다면, PoC는 통과했는데 프로젝트는 그다음 단계에서 멈춥니다. 업계에서 이런 상태를 「파일럿 연옥(pilot purgatory)」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시범은 계속 돌아가는데 확대도 중단도 되지 않는 상태입니다.

이 예측은 생성형 AI에 대한 것이고, 업무 시스템 일반에 같은 비율이 적용된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다만 중단 이유의 목록은 AI가 아닌 프로젝트에도 그대로 겹친다고 생각합니다.

돈이 바꾸는 것은 업체가 아니라 발주사의 태도

유료 PoC를 권하면 업체가 돈을 더 받으려는 말로 들리기 쉽습니다. 제가 보기에 비용이 실제로 바꾸는 것은 업체 쪽보다 발주사 쪽입니다.

무료 PoC에는 발주사 안에 주인이 없습니다. 예산 승인을 거치지 않았으니 결정권자가 결과를 챙겨 볼 이유가 없고, 담당자는 일상 업무 사이에 시간이 날 때 들여다봅니다. 끝나는 날짜도 사실상 없습니다. 반면 금액이 작게라도 붙으면 누군가 그 지출을 승인해야 하고, 승인한 사람은 결과를 묻게 됩니다. 그 질문이 PoC를 결정으로 끌고 갑니다.

그래서 흔히 쓰는 방식이 소액 유료, 본계약 시 차감입니다. 발주사 입장에서는 본 구축으로 가면 비용이 사라지고, 가지 않으면 작은 금액으로 「안 된다」는 답을 산 것이 됩니다. 저는 여기에 차감 기한을 붙이는 편을 권합니다. 「PoC 종료 후 30일 안에 계약하면 차감」처럼 기한이 있어야 결정이 끝없이 미뤄지지 않습니다.

시작 전에 글로 적어 둘 네 가지

PoC가 결정으로 이어지려면 시작하기 전에 양쪽이 같은 문서를 들고 있어야 합니다. 저라면 네 가지를 적습니다.

적을 것 예시 빠지면
성공 기준 (숫자) 견적서 작성 시간 하루 3시간 → 30분, 대조 일치율 95% 이상 끝나도 판단할 수 없습니다
범위와 기간 처리량이 많은 업무 3종, 2주 「조금만 더」가 시작됩니다
끝나면 정하는 것 본 구축 진행 여부, 진행 시 1단계 범위 결과 보고가 결정 회의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데이터 다루는 방식 어느 환경에서, 외부 AI 사용 여부, 종료 후 파기 실제 데이터를 넣는 순간 문제가 됩니다

첫 줄의 숫자는 예시입니다. 실제로는 현재 상태를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 PoC 첫 며칠을 지금 걸리는 시간을 재는 데 쓰는 것도 방법입니다. 기준값 없이 「빨라졌다」고만 말하면 결정권자를 설득할 수 없습니다.

마지막 줄은 자주 빠집니다. 비밀유지계약을 이미 맺었으니 괜찮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비밀유지계약은 보통 정보를 지키는 의무를 정할 뿐 「이 데이터를 어떤 도구에 넣어도 되는가」까지 정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외부 AI 서비스에 데이터를 보내는 작업이라면 그 동의를 PoC 합의서에 따로 받아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실제 업무에 붙일 때는 병행이 원칙

PoC를 실제 데이터로 하면 실제 업무에 바로 쓰고 싶어집니다. 저는 여기서 한 번 멈추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PoC 단계의 결과물은 아직 검증 중인 것이라, 그 결과로 진짜 문서를 거래처에 보내거나 진짜 고객에게 연락하면 틀렸을 때 피해가 업무로 번집니다.

그래서 담당자는 평소대로 일하고, PoC는 같은 일을 옆에서 따로 처리해 결과를 대조하는 병행 방식을 씁니다. 이렇게 하면 PoC가 틀려도 업무는 멈추지 않고, 대조 결과가 그대로 성공 기준의 근거가 됩니다. 발주사 직원의 시간도 덜 듭니다. 직원은 평소 하던 일을 하고, 결과를 맞춰 보는 일은 업체가 합니다.

계정도 같은 원칙입니다. 발주사의 업무 시스템 계정을 업체가 받아서 직접 쓰기보다는, 발주사 직원이 자기 계정으로 데이터를 내보내 주고 업체는 그 파일로 작업하는 편이 책임 소재가 분명합니다.

엔지니어가 현장에 들어가 실제 데이터로 짧게 돌려 보는 이 방식은 FDE(Forward Deployed Engineer)라는 이름으로도 불립니다. 상주 파견과 무엇이 다른지는 FDE는 상주 파견과 무엇이 다를까?에 따로 정리했습니다.

무료 PoC가 맞는 경우

모든 무료 PoC가 잘못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이미 완성된 제품을 시험 삼아 써 보는 것이라면 무료가 자연스럽습니다. SaaS의 무료 체험이 그렇습니다. 업체가 새로 만드는 것이 없고, 한 고객이 더 써 보는 데 드는 비용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갈리는 것은 PoC를 위해 새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 있느냐입니다. 발주사의 데이터에 맞춰 연동하고 양식을 맞추고 규칙을 넣어야 한다면, 그건 체험이 아니라 작은 개발입니다. 작은 개발을 무료로 하면 위에서 말한 주인 없는 시범이 됩니다.

PoC 기간이나 금액에 정답이 있지는 않습니다. 2주가 맞는 일도 있고 6주가 필요한 일도 있으며, 금액도 범위에 따라 다릅니다. 제가 확신하는 것은 하나입니다. 시작하는 날 성공 기준이 숫자로 적혀 있지 않다면, 그 PoC는 끝나는 날에도 결정을 만들지 못합니다.

마지막 수정:

공유하실 때는 출처(Duolabs)와 원문 주소를 표시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