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의 본질: 돈을 버는 당위성을 지키는 일
1999년, 카이스트 박사과정생이 150만원으로 사이트 하나를 열었습니다. 1년 만에 회원 500만 명이 모였습니다. 그리고 몇 년 뒤 그 회사는 지분을 전부 팔아넘기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아이러브스쿨 이야기입니다.
1999년, 카이스트 박사과정생이 150만원으로 사이트 하나를 열었습니다. 1년 만에 회원 500만 명이 모였습니다. 그리고 몇 년 뒤 그 회사는 지분을 전부 팔아넘기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아이러브스쿨 이야기입니다.
기획자 채용 공고를 하나 열었다고 해 봅시다. 우대 조건 칸에 Figma, MOS(문서작성), 카피라이팅, 리서치 툴이 나열돼 있습니다. 이 목록을 다 갖추면 좋은 기획을 할 수 있을까요. 도구를 다룰 줄 아는 것과 무엇을 만들지 아는 것은 다른 질문이라, 이 공고는 뒤쪽 질문에는 답하지 않습니다.
상품 상세페이지 회의를 하나 열었다고 해 봅시다. 마케팅 기획자는 상단에 "이거 진짜 좋아요"로 시작하는 카피와 후기 세 줄만 놓자고 합니다. 서비스 기획자는 배송 정책, 반품 조건, 사이즈 표, Q&A까지 화면에 다 넣어야 문의가 줄어든다고 말합니다. 둘 다 "전환율을 올리자"는 같은 목표를 말하는데, 화면에 넣고 싶…
카카오 채널로 발주를 받아 자동으로 ERP에 넣는 화면을 만들었다고 해 봅시다. 데모에서는 문제없이 돌았고 고객도 만족했습니다. 그런데 출시 첫 주에 거래처 담당자가 수량 칸에 규격을 잘못 눌러 보냈고, 그 값이 그대로 ERP에 들어갔습니다. 이걸 누가 발견하고, 누구에게 알리고, ERP의 어느 값을 고쳐야 하는지는 화…
제조업체를 상대로 업무 시스템 제안서를 쓰다 보면 같은 지점에서 막힙니다. "이카운트보다 나은 ERP를 만들어 드리겠습니다"라는 문장을 쓰는 순간 이미 진 싸움이 됩니다. 회계, 세무, 급여, 4대보험, 전자세금계산서는 법과 제도가 정한 표준이고, 이카운트는 이걸 월 4만원에 처리합니다. 수천만원을 들여 같은 기능을 다…
검수 회의에서 고객이 말합니다. "주문 목록을 엑셀로 내려받으면 거래처별 소계가 있어야죠." 개발한 쪽은 요구사항 정의서를 펼칩니다. 거기에는 한 줄이 있습니다.
회원가입 화면 하나를 두고 기획자 세 명이 모였다고 해 봅시다. 한 사람은 입력 칸을 몇 단계로 나눌지 묻습니다. 다른 사람은 가입 완료 화면에 첫 구매 쿠폰 문구를 넣자고 합니다. 마지막 사람은 탈퇴한 회원이 같은 번호로 다시 가입하면 쿠폰을 또 받을 수 있는지 묻습니다.
인쇄기 롤러를 만드는 제조사와 첫 협의를 했을 때 들은 요청은 두 가지였습니다. 견적 단계마다 영업사원이 직접 방문해야 해서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건수가 막힌다는 것, 그리고 중국어와 독일어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