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와 GEO: 순위 경쟁이 인용 경쟁으로 바뀐 이유
저희 사이트에는 llms-full.txt 라는 파일이 하나 있습니다. AI가 회사 정보를 찾을 때 읽으라고 만들어 둔 요약본입니다. 만들어 두고는 한참 열어 보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열어 봤습니다. 5,868바이트였고, 그 안에 금액이 한 줄도 없었습니다. 비용을 설명하는 자리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가격 메뉴를 확인해 주세요.
화면에는 홈페이지 제작 100만원부터라고 적혀 있습니다. 사람은 3초면 찾습니다. AI에게 읽으라고 만든 파일만 그 숫자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목록의 3등과 답변의 3등이 다른 이유
검색은 오랫동안 목록이었습니다. 열 개쯤 나오고, 하나씩 눌러 보고, 마음에 드는 곳에서 멈춥니다. 1등이 제일 좋지만 3등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는 세 번째까지 내려왔으니까요.
요즘은 답이 먼저 옵니다. 질문을 넣으면 문단 하나가 나오고, 그 아래에 출처 두어 개가 붙습니다. 사람은 답을 읽고 대개 거기서 끝냅니다.
용인에서 홈페이지 만들 업체를 찾는 사람을 생각하면 차이가 분명해집니다. 예전에는 검색 결과에서 업체 열 곳을 훑고 서너 곳에 전화를 돌렸습니다. 지금은 AI가 두세 곳을 이름과 함께 정리해 줍니다. 그 목록에 없으면 그 사람의 후보군에는 처음부터 없었던 셈이 됩니다.
목록에서는 3등에게도 몫이 있었지만 답변에는 3등이 없습니다. 인용되거나 안 되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구글이 읽지 않는 파일을 그래도 두는 이유
여기서 짚어 둘 것이 있습니다. llms.txt 와 llms-full.txt 는 표준이 아닙니다. 구글은 검색과 생성형 AI 기능에서 이 파일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했고, 파일을 둬도 구글 노출에 도움도 불이익도 없습니다. 용어 정리와 구글의 공식 입장은 SEO·AEO·GEO는 무엇이 다를까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그런데도 저희는 둡니다. 답변을 만드는 곳이 구글만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희 robots.txt 는 OAI-SearchBot, PerplexityBot, Claude-SearchBot 을 이름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회사의 사실을 한자리에 정리해 준 파일이 실제로 쓸모가 있습니다.
비용도 거의 들지 않습니다. 파일 하나이고, 내용은 이미 사이트에 있는 것을 다시 낸 것뿐입니다.
다만 순서를 착각하면 안 됩니다. 색인이 안 되는 페이지가 있는데 이 파일부터 만드는 것은 앞뒤가 바뀐 일입니다. 저희는 색인 쪽을 먼저 정리해 둔 상태였고, 그래서 이 파일이 다음 차례였습니다. 정리해 두고 안을 비워 뒀다는 것이 문제였을 뿐입니다.
옮겨 적는 데 하루가 걸리지 않은 작업
고친 방식은 단순합니다. 견적기가 쓰고 있는 가격 데이터에서 요약본을 만들어 내게 했습니다.
| 고치기 전 | 고친 뒤 | |
|---|---|---|
| 파일 크기 | 5,868바이트 | 9,154바이트 |
| 금액 표기 | 0건 | 32건 |
| 표 | 없음 | 4개 |
| 비용 질문에 대한 답 | 가격 메뉴를 확인해 주세요 | 제품별 구축 비용과 유지보수 요금 |
새로 쓴 문장은 거의 없습니다. 전부 화면에 이미 있던 숫자입니다.
한 가지는 일부러 지켰습니다. 금액을 손으로 옮겨 적지 않았습니다. 같은 숫자를 두 군데에 적어 두면 언젠가 한쪽만 고치는 날이 오고, 그날부터 사이트와 AI가 서로 다른 값을 말합니다. 얼마냐는 질문에 답이 두 개 나오는 것은 답이 없는 것보다 나쁩니다.
인용되는 것은 문장력이 아니라 확인 가능한 사실
블로그를 부지런히 쓰면 AI에 잘 나온다는 말을 듣습니다. 절반만 맞습니다.
AI가 답을 만들 때 가져다 쓰는 것은 숫자, 날짜, 조건, 범위처럼 확인할 수 있는 사실입니다.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한다는 문장은 인용할 수 없습니다. 인용해 봐야 답변에 쓸모가 없기 때문입니다. 웹사이트는 100만원부터, 유지보수는 월 20만원부터라는 문장은 인용됩니다. 그 자체로 답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한 첫 작업은 글쓰기가 아니었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기계가 읽을 수 있는 자리에 옮겨 적는 일이었습니다. 새로 지어낼 것이 없었습니다.
답을 주지 않을 때 벌어지는 일
AI는 모르겠다고 답하지 않습니다.
근거가 없으면 저희를 아예 언급하지 않거나, 다른 곳의 자료를 근거로 대략의 시세를 말합니다. 앞의 경우는 기회를 놓치는 것이고, 뒤의 경우는 저희와 상관없는 숫자가 저희 이름 옆에 붙는 것입니다.
침묵보다 추측이 나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틀린 숫자를 보고 비싸다고 판단한 사람은 문의를 하지 않으니,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저희에게 남지 않습니다.
아껴 두는 전략이 뒤집힌 자리
검색이 목록이던 시절에는 정보를 조금 감춰 두는 방식이 통했습니다. 가격을 적지 않아야 전화가 온다는 이야기를 지금도 듣습니다. 궁금하면 물어봐야 했으니 실제로 그런 면이 있었습니다.
답변의 시대에는 반대로 작동합니다. 저희가 답하지 않는다고 질문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답할 수 있는 다른 곳으로 넘어갈 뿐입니다.
금액은 옮겨 적었습니다. 그런데 이 기준으로 사이트를 다시 보니, 사람은 아는데 기계는 모르는 것이 가격만은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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