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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OT 분석의 한계: 네 칸을 채워도 분석이 시작되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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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오랩스 대표·8분 읽기

한 식품회사의 SWOT 표에 이런 두 줄이 있었습니다. 강점 칸에 "X사와의 계약이 갖는 가치", 약점 칸에 "X사에 대한 과잉 의존". X사는 그 회사 출하량의 절반 이상을 가져가는 고객이었습니다.

같은 사실 하나가 강점과 약점에 동시에 적혔습니다. 그런데 그 표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네 칸이 다 채워졌고, 워크숍은 끝났습니다.

같은 사실이 강점과 약점에 동시에 들어가는 표

이 사례는 테리 힐과 로이 웨스트브룩이 1997년 『Long Range Planning』에 실은 논문 「SWOT Analysis: It's Time for a Product Recall」에 나옵니다(옥스퍼드 리포지터리).

주목할 점은 그 모순이 잘못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매출의 절반을 한 고객이 가져가는 상황은 실제로 강점이면서 약점입니다. 문제는 표가 그 충돌을 발견하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네 칸짜리 격자에는 "이 두 줄이 같은 사실을 가리킨다"를 적을 자리가 없고, 적을 의무도 없습니다.

논문의 지적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갑니다. 그 모순이야말로 분석이 시작돼야 할 지점이었다는 것입니다. 어떤 조건에서 강점이고 어떤 조건에서 약점인가, 과잉 의존이 실제로 해를 끼치려면 무엇이 먼저 일어나야 하는가, 그 의존을 줄이는 데 현실적으로 몇 년이 걸리는가. 이 질문 중 어느 것도 제기되지 않았습니다.

50개 기업을 검토한 뒤 나온 「제품 회수」라는 제목

논문 제목이 과격한 이유는 표본 때문입니다. 영국 통상산업부의 제조업 기획·실행 지원 사업(MPI Scheme)에 참여한 50개 기업을 검토했고, 그중 20곳 넘는 회사가 SWOT을 썼으며 거기에 14개 컨설팅 회사가 관여했습니다.

작은 회사가 작은 컨설팅에 맡긴 경우만 모은 것이 아닙니다. 참여 기업은 직원 500명까지 가능했고, 66개 자문사 중 27곳이 국제 컨설팅으로 분류되며 일당이 750파운드에서 1,200파운드까지였습니다. 논문은 규모가 큰 컨설팅일수록 SWOT을 덜 쓸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갔다고 적습니다. 큰 곳도 똑같이 즐겨 썼습니다.

결과는 모든 적용 사례에서 같았습니다. 항목이 평균 40개를 넘었고, 서술이 일반적이었으며(논문은 "종종 무의미한"이라고 씁니다), 우선순위를 매기지 않았고, 어느 항목도 검증을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항목이 40개를 넘는 순간 사라지는 우선순위

앞의 식품회사는 하루짜리 워크숍에서 네 그룹으로 나뉘어 작업했습니다. 결과물은 수주 요인 52개와 SWOT 항목 122개였습니다.

122개짜리 목록에서는 무엇이 중요한지 알 수 없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목록의 길이 자체가 우선순위를 지웁니다. 5개를 적으라고 하면 고르는 행위가 강제되지만, 제한 없이 적으라고 하면 고르지 않아도 됩니다. SWOT의 네 칸에는 개수 제한이 없고, 가중치를 매기라는 요구도 없습니다.

거기에 용어까지 일반적이면 목록은 더 무력해집니다. 논문이 든 예가 "가격 대비 가치", "성능" 같은 말입니다. 이런 항목은 반박할 수도 없고 검증할 수도 없습니다. 어느 회사의 표에 넣어도 틀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논문이 지적한 것 중 하나는 더 근본적입니다. 그 표들의 모든 항목이 회사의 모든 제품과 기능과 시장에 똑같이 적용된다고 전제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SWOT은 회사를 통째로 하나로 놓고 봅니다. 그런데 실제로 강점은 대상에 따라 달라집니다. 외주로 치면 "빠른 구축"이 홈페이지에서는 강점이지만 규제 산업의 업무 시스템에서는 오히려 불안 요소로 읽힐 수 있습니다. 같은 능력이 어디서는 팔리고 어디서는 안 팔리는데, 표에는 회사 전체의 강점 한 줄로만 적힙니다.

모순이 분석의 출발점이 되지 못한 이유

논문은 SWOT에 구조적으로 없는 것을 여섯 가지로 정리합니다. 항목 수 제한, 우선순위나 가중치를 매길 의무, 용어를 명확히 할 장치, 충돌을 해소하는 절차, 데이터로 검증할 의무, 그리고 실행 단계와의 논리적 연결입니다.

이 여섯 중 마지막이 가장 무겁습니다. SWOT의 산출물이 다음 단계로 넘어갈 통로가 형식 안에 없습니다. 그래서 논문의 가장 뼈아픈 발견이 나옵니다. 그 분석 결과를 이후 전략 수립 단계에서 아무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이어진 프로젝트에서 고객 조사 같은 후속 분석이 진행되긴 했지만, 앞서 만든 SWOT을 참조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논문의 표현을 빌리면, 이 활동의 산출물은 분석이라고 부르기 어렵습니다. 서술을 넘어서지 못했고 그 서술마저 가장 일반적인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입니다.

준비가 필요 없다는 점이 만든 SWOT의 생존력

그러면 왜 계속 쓰일까요. 논문의 진단은 냉정합니다. SWOT이 살아남은 이유는 매우 간단하고 누구에게도 사전 준비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컨설팅 프로젝트의 첫 활동, 심지어 가장 처음 하는 일로 인기가 있습니다.

저는 이 진단이 SWOT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준비 없이 회의실에서 바로 시작할 수 있는 도구는 그 이유만으로 확산됩니다. 그리고 준비가 필요 없다는 말은 대개 사전 조사를 건너뛰어도 결과물이 나온다는 뜻이고, 조사를 건너뛴 결과물은 검증할 대상이 없습니다.

논문이 관찰한 가장 긍정적인 성과도 여기에 맞물립니다. 컨설턴트가 그 회사의 이슈에 익숙해졌고 직원들이 논의를 시작했다는 것, 그 정도였습니다. 워크숍의 가치가 결과물이 아니라 대화에 있었다는 뜻인데, 그 대화를 위해 지불된 것은 컨설팅 수임료였습니다.

외주 스튜디오의 SWOT에 그대로 나타나는 문제

식품회사의 X사 사례를 IT 외주로 옮기면 곧바로 익숙한 그림이 됩니다. 매출의 절반을 한 고객사가 차지하는 상황은 작은 스튜디오에서 흔합니다. 강점 칸에는 "장기 파트너십과 안정적 매출"이라고 적히고, 약점 칸에는 "특정 고객 의존도"라고 적힙니다. 두 줄 다 맞는 말이고, 그래서 둘 다 적힌 채로 끝납니다.

논문이 물었어야 한다고 말한 질문을 그대로 대입하면 표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 고객이 내년 예산을 절반으로 줄이면 몇 달을 버틸 수 있는가. 의존이 위험해지는 임계치는 매출 비중 몇 퍼센트인가. 그 비중을 낮추는 데 신규 고객 몇 곳이 필요하고 영업에 몇 달이 걸리는가. 반대로 그 고객과 더 깊이 결합해서 대체 불가능해지는 쪽은 선택지가 아닌가.

이 질문들에 답이 붙으면 그건 더 이상 SWOT 표가 아니라 결정의 근거입니다. 답이 안 붙으면 두 줄은 서로를 상쇄하고 아무 결정도 남기지 않습니다.

네 칸을 채운 뒤에 해야 하는 질문

SWOT을 쓰지 말자는 결론으로 가지는 않겠습니다. 논문도 더 엄밀하게, 가정을 따져 가며, 후속 검증을 붙여 수행한다면 여전히 가치가 있을 수 있다고 열어 둡니다. 다만 그 조건들은 SWOT의 형식이 요구하지 않는 것들이라 쓰는 사람이 따로 붙여야 합니다.

붙일 것은 세 가지로 좁혀집니다. 항목마다 근거가 되는 데이터나 관찰이 무엇인지 적는 것, 강점 칸과 약점 칸에 같은 사실이 들어갔는지 대조하는 것, 그리고 각 항목이 어느 결정으로 이어지는지 한 줄씩 붙이는 것입니다. 세 번째에서 아무것도 안 나오는 항목은 지워도 됩니다. 어차피 나중에 아무도 안 봅니다.

기획 프로세스에서 분석 단계와 결정 단계가 갈리는 지점을 웹사이트 기획 프로세스를 다룬 글에서 짚었는데, SWOT은 그 경계에 정확히 걸쳐 있는 도구입니다. 분석처럼 생겼지만 결정을 만들어 내지는 않습니다. 네 칸이 채워졌다는 사실은 분석이 끝났다는 신호가 아니라, 이제 질문을 시작할 재료가 모였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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