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기획, 마케팅 기획, 운영 기획의 차이: 전략·사업 기획까지
회원가입 화면 하나를 두고 기획자 세 명이 모였다고 해 봅시다. 한 사람은 입력 칸을 몇 단계로 나눌지 묻습니다. 다른 사람은 가입 완료 화면에 첫 구매 쿠폰 문구를 넣자고 합니다. 마지막 사람은 탈퇴한 회원이 같은 번호로 다시 가입하면 쿠폰을 또 받을 수 있는지 묻습니다.
셋 다 명함에는 "기획"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질문이 하나도 겹치지 않습니다. 첫 번째는 서비스 기획, 두 번째는 마케팅 기획, 세 번째는 운영 기획의 질문입니다.
같은 이름 아래 묶인 서로 다른 설계 대상
흔히 기획을 "기획서를 쓰는 일"로 이해합니다. 그러면 직무 이름 앞의 수식어는 담당 분야 정도로 보입니다. 서비스를 기획하든 마케팅을 기획하든 문서를 만들고 회의를 이끄는 일은 같다는 식입니다. 이 이해로는 위의 세 사람이 왜 서로의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지 설명되지 않습니다.
저는 셋을 가르는 기준이 분야가 아니라 설계하는 대상이라고 봅니다. 서비스 기획은 제품 자체를, 마케팅 기획은 고객이 제품에 닿는 경로를, 운영 기획은 제품이 돌아가는 동안의 규칙과 절차를 설계합니다. 대상이 다르니 결과물도, 성공을 재는 숫자도, 일이 몰리는 시점도 다릅니다. 기획서는 셋 다 쓰지만 기획서는 결과물의 형식일 뿐 직무를 정의하지 않습니다.
서비스 기획이 정하는 것은 화면보다 규칙
서비스 기획은 사용자가 제품 안에서 무엇을 할 수 있고, 그때 시스템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정합니다. 결과물로는 정보 구조(IA), 사용자 흐름도, 화면설계서(스토리보드), 정책서가 흔히 꼽힙니다.
서비스 기획을 화면 그리는 일로 보는 오해가 자주 생깁니다. 화면설계서가 가장 눈에 띄는 결과물이라 그렇습니다. 하지만 화면은 규칙이 드러나는 한 가지 모습입니다. 비밀번호를 다섯 번 틀리면 어떻게 되는지, 결제 도중 앱을 닫으면 주문은 어느 상태로 남는지, 쿠폰을 쓴 주문을 환불하면 쿠폰도 돌아오는지. 이런 질문에 답하는 것이 서비스 기획의 본체이고, 화면은 그 답 위에 얹힙니다.
그래서 서비스 기획의 가장 가까운 상대는 디자이너와 개발자입니다. 디자이너는 화면의 모양을, 개발자는 규칙의 구현을 맡고, 기획자는 둘 사이에서 "이 경우엔 어떻게 되느냐"에 답할 책임을 집니다. 성과는 기능이 실제로 쓰이는지로 봅니다. 사용자가 하려던 일을 끝까지 해내는 비율, 다시 돌아오는 비율 같은 지표입니다.
마케팅 기획의 대상은 제품 바깥에 있는 경로
마케팅 기획은 제품을 바꾸지 않습니다. 제품이 이미 있다고 보고, 누가 어떤 경로로 그 제품을 알게 되고 왜 쓰기 시작하는지를 설계합니다. 누구에게 말할지, 무엇을 말할지, 어디서 말할지, 얼마를 쓸지가 기본 질문입니다. 결과물은 캠페인 기획서, 매체 계획, 프로모션 설계, 성과 보고서입니다.
마케팅 기획을 광고 만드는 일로 좁혀 보면 놓치는 것이 있습니다. 광고는 경로의 입구일 뿐이고, 마케팅 기획은 입구에서 구매나 가입까지 이어지는 흐름 전체를 봅니다. 이 흐름을 흔히 퍼널이라 부르고, 광고를 본 사람 중 몇이 들어오고 들어온 사람 중 몇이 가입하는지를 단계별로 잽니다.
이 지점에서 서비스 기획과 겹칩니다. 가입 화면은 서비스 기획의 설계물이면서 퍼널의 한 단계이기도 합니다. 마케팅 기획이 가입 전환율이 낮다고 말하면, 원인을 고칠 손은 서비스 기획에 있습니다. 둘이 같은 화면을 보면서 다른 숫자를 들고 있는 셈입니다.
운영 기획은 출시 뒤의 반복과 예외를 다루는 직무
운영 기획은 서비스가 출시된 뒤에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을 어떤 절차로 처리할지, 규칙이 다루지 못한 예외가 생기면 누가 어떻게 판단할지를 정합니다. 고객 문의 처리 기준, 환불과 보상 정책, 부정 이용 대응, 판매자나 파트너 관리, 관리자 화면(어드민)의 요구사항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세 직무 중 이름의 뜻이 가장 흔들리는 것이 운영 기획입니다. 커머스에서는 상품과 프로모션 운영을, 플랫폼에서는 공급자 관리와 정책을, 또 다른 곳에서는 CS 체계를 가리킵니다. 제가 보기에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서비스 기획이 "원래 이렇게 동작한다"를 정한다면, 운영 기획은 "그렇게 되지 않았을 때 어떻게 하느냐"를 정합니다.
그래서 운영 기획의 결과물은 규칙이면서 사람의 행동 지침입니다. 탈퇴 후 재가입한 회원에게 쿠폰을 다시 줄지는 정책 문서에 적힙니다. 그 정책을 어긴 계정을 찾아내는 조회 기능은 어드민 요구사항이 되고, 항의를 받은 상담원이 할 말은 응대 매뉴얼이 됩니다. 성과는 처리 시간, 문의 건수, 정책 예외의 빈도처럼 운영 비용 쪽 숫자로 봅니다.
쿠폰 하나에 세 기획이 모두 걸리는 구조
셋의 경계는 쿠폰 하나를 따라가 보면 잘 보입니다. 누구에게 어떤 쿠폰을 언제 뿌릴지는 마케팅 기획이 정합니다. 쿠폰이 결제 화면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환불하면 어떻게 되돌아가는지는 서비스 기획이 정합니다. 한 사람이 계정을 여러 개 만들어 쿠폰을 반복해서 받는 일을 어떻게 막고, 걸렸을 때 어떻게 처리할지는 운영 기획이 정합니다.
어느 한 곳이 빠지면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집니다. 마케팅이 발급 조건만 정하고 중복 수령 기준을 운영과 맞추지 않으면, 서비스에는 그 조건을 검사할 규칙이 없고 운영은 사후에 계정을 하나씩 찾아야 합니다. 세 기획이 나뉘어 있어도 결국 한 흐름을 나눠 맡고 있다는 뜻입니다.
| 서비스 기획 | 마케팅 기획 | 운영 기획 | |
|---|---|---|---|
| 설계 대상 | 제품 안의 기능과 규칙 | 고객이 제품에 닿는 경로와 메시지 | 출시 뒤 반복 업무와 예외 처리 |
| 대표 결과물 | IA, 사용자 흐름도, 화면설계서, 정책서 | 캠페인 기획서, 매체 계획, 성과 보고서 | 운영 정책, 업무 절차, 어드민 요구사항 |
| 가까운 동료 | 디자이너, 개발자 | 디자이너, 매체사, 영업 | CS, 영업, 개발자 |
| 성과를 보는 숫자 | 과업 완료율, 재방문율 | 유입, 전환율, 고객 획득 비용 | 처리 시간, 문의 건수, 예외 빈도 |
| 일이 몰리는 시점 | 출시 전 | 캠페인 전후 | 출시 뒤 계속 |
표의 칸 대부분은 회사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첫 줄, 무엇을 설계하느냐만은 어디서나 잘 바뀌지 않습니다.
한 단계 위에서 정하는 전략 기획과 사업 기획
세 기획은 모두 "어떻게"에 답합니다. 무엇을 만들고 누구에게 팔지는 이미 정해진 상태로 내려옵니다. 그것을 정하는 단계가 전략 기획과 사업 기획입니다.
전략 기획은 회사 전체의 방향을 정합니다. 어느 시장에서 싸울지, 어떤 사업을 키우고 어떤 사업을 접을지, 한정된 사람과 돈을 어디에 나눌지를 다룹니다. 중장기 계획, 연간 목표, 예산 배분, 투자와 인수 검토가 결과물이고, 가장 가까운 상대는 경영진입니다. 저는 전략 문서라면 무엇을 하지 않겠다는 문장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하고 싶은 일만 나열한 문서는 목표 목록이지 전략이 아닙니다.
사업 기획은 그 방향 안에서 한 사업을 성립시킵니다. 누가 돈을 내는지, 얼마를 벌고 얼마를 쓰는지, 언제 손익이 맞는지를 계산합니다. 시장 조사, 수익 모델, 손익 추정, 사업계획서가 결과물입니다. 새 사업을 시작할 때 가장 무겁고, 사업이 굴러가기 시작하면 무게가 서비스·마케팅·운영 기획으로 넘어갑니다.
전략 기획 어느 시장에서, 어떤 사업들로 갈 것인가
↓
사업 기획 그중 이 사업은 어떻게 돈을 버는가
↓
서비스 기획 · 마케팅 기획 · 운영 기획
무엇을 만들고, 어떻게 알리고, 어떻게 굴리는가위로 갈수록 다루는 시간이 길어지고 결정 하나의 무게가 커집니다. 아래로 갈수록 결정이 잦고 구체적입니다. 전략 기획은 몇 년 단위로, 사업 기획은 분기나 연 단위로, 아래 세 기획은 주나 일 단위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마다 경계가 달라지는 지점
여기까지의 구분은 역할의 구분이지 사람의 구분이 아닙니다. 규모가 작은 회사에서는 전략 기획과 사업 기획을 한 부서가 맡고, "경영기획"이라는 이름으로 예산과 성과 관리까지 묶기도 합니다. 스타트업에서는 서비스 기획과 운영 기획을 PM이나 PO 한 사람이 같이 하는 일이 흔하고, 마케팅 기획은 그로스라는 이름으로 서비스 기획 쪽에 붙기도 합니다.
그래서 직무 이름만으로는 그 자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저라면 채용 공고나 조직도를 볼 때 이름보다 결과물 목록을 먼저 보겠습니다. 화면설계서와 정책서가 적혀 있으면 서비스 기획이고, 매체 계획과 성과 보고서가 적혀 있으면 마케팅 기획이고, 운영 정책과 어드민 요구사항이 적혀 있으면 운영 기획입니다. 이름은 회사마다 달라도 결과물은 설계 대상을 속이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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