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처 관리와 CRM의 차이: 거래가 생기기 전의 기록
ERP의 거래처 등록 화면을 열면 필수 칸이 이렇습니다. 사업자등록번호, 상호, 대표자, 세금계산서 받을 이메일, 결제 조건.
영업 담당자의 메모는 이렇습니다. 「9/3 전화, 담당 과장 부재. 다음 주 목요일 오후 재통화. 지금 쓰는 곳과 계약이 12월에 끝난다고 함.」
이 메모를 넣을 칸이 거래처 등록 화면에는 없습니다. 아직 사업자등록번호도 모르는 상대이기도 합니다.
「ERP에 거래처가 있으니 고객 관리는 된다」가 놓치는 앞 단계
회사에 ERP가 있으면 고객 관리도 된다고 여기기 쉽습니다. 거래처 목록이 있고, 거래처별 매출도 나오고, 미수금도 보입니다.
그런데 그 목록에 올라 있는 것은 이미 거래가 생긴 상대뿐입니다. 연락은 했지만 아직 사지 않은 곳, 견적만 받아 간 곳, 작년에 거절했지만 올해 다시 두드릴 곳은 ERP에 자리가 없습니다. 영업에서 시간을 가장 많이 쓰는 대상이 바로 이들인데, 이 기록은 대개 담당자의 엑셀이나 수첩에 남습니다.
거래처 등록이 요구하는 것, 세금계산서를 끊을 정보
ERP의 거래처는 회계의 상대방입니다.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매출을 잡고, 대금을 받는 상대라서 법적으로 누구인지가 먼저 정해져야 합니다. 사업자등록번호가 사실상 열쇠가 되는 이유입니다.
한번 등록되면 잘 바뀌지 않습니다. 상호나 주소가 바뀌는 일은 드물고, 바뀌면 그것 자체가 확인해야 할 사건입니다. ERP가 결재 이후의 숫자를 어떻게 잇는지는 그룹웨어와 ERP의 차이: 결재가 끝난 뒤 바뀌는 것에 따로 적었습니다. 거래처 정보는 그 숫자들이 매달리는 기준점입니다.
CRM이 다루는 것, 아직 사지 않은 상대와의 이력
CRM의 기록은 거꾸로 자주 바뀝니다. 언제 연락했고, 누가 받았고, 무슨 이야기가 오갔고, 다음에 무엇을 언제 하기로 했는지가 계속 쌓입니다. 거래처 정보처럼 한 칸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시간순으로 줄이 늘어납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거래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저는 이 점이 CRM의 값이라고 봅니다. 「12월에 계약이 끝난다고 했다」는 한 줄은 오늘 매출이 되지 않지만, 11월에 다시 연락할 이유가 됩니다. 이 줄이 담당자 수첩에만 있으면 11월에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단계도 CRM의 몫입니다. 처음 알게 된 곳, 관심을 보인 곳, 견적을 낸 곳, 계약한 곳으로 상대를 나누어 두면 어디에 시간을 써야 하는지가 보입니다. ERP의 거래처는 이 단계의 마지막 칸 하나에 해당합니다.
회사가 아니라 사람을 따라가는 관계
ERP는 회사 단위로 적습니다. 세금계산서가 회사 앞으로 나가니 당연합니다. CRM에서는 회사 안의 사람을 따로 적는 것이 중요합니다.
거래가 성사되는 이유가 회사보다 사람에게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구매 담당자가 바뀌면 오래 거래하던 곳도 흔들립니다. 반대로 그 담당자가 다른 회사로 옮기면 새 거래처가 생길 기회가 됩니다. 사람을 회사에 딸린 칸이 아니라 따로 기록해 두어야 이 두 경우를 알아챕니다.
견적과 수주 사이, 두 시스템이 만나는 자리
경계가 흐려지는 곳은 견적입니다. ERP에도 견적서 메뉴가 있고, CRM에도 영업 기회마다 견적 금액을 적습니다.
저는 수주가 확정되는 순간을 경계로 봅니다. 그 전까지의 견적은 가능성이라 CRM이 원본이고, 수주가 되면 거래처 등록과 매출이 필요해지니 ERP가 원본이 됩니다. 두 시스템을 연동할 때도 이 원칙을 먼저 정해야 합니다. 회사 이름과 사업자등록번호는 ERP가, 연락 이력과 단계는 CRM이 원본이라고 정해 두지 않으면 같은 상대가 두 곳에서 조금씩 다르게 고쳐집니다.
CRM이 따로 필요 없는 회사
모든 회사에 CRM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거래처가 수십 곳이고 매달 같은 곳과 반복해서 거래하며 새 거래처를 찾는 일이 드물다면, ERP의 거래처 관리와 메모 칸으로 충분합니다. 관리할 「아직 사지 않은 상대」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CRM이 값을 하는 것은 새 고객을 찾는 일의 비중이 클 때입니다. 연락할 대상이 거래처보다 훨씬 많고, 한 곳이 계약에 이르기까지 여러 번 접촉해야 하는 영업이 그렇습니다.
담당자 연락처라는 개인정보
거래처 정보는 회사의 정보지만, CRM에 쌓이는 담당자 이름과 휴대폰 번호는 개인의 정보입니다. 영업사원 개인 휴대폰과 엑셀에 흩어져 있던 것을 한곳에 모으면 관리하기는 좋아지지만, 그만큼 누가 열람할 수 있는지와 언제 지울지를 처음부터 정해야 합니다.
수집 경로에 따라 법적으로 무엇이 필요한지는 달라서 여기서 단정하지 않겠습니다. 명함을 주고받은 경우와 웹사이트 문의로 들어온 경우는 같지 않습니다. 이 부분은 도입 전에 따로 확인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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