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모두 종료: 무료 홈페이지가 사라질 때 같이 사라지는 것
2025년 6월 26일에 네이버 모두(modoo!)가 문을 닫았습니다. 종료 공지는 다섯 달 전에 나왔고, 그동안 원고와 이미지를 백업으로 내려받을 수 있었습니다.
준비할 시간도 있었고 자료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주소로 들어오던 방문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흔히 무료 도구를 고르면서 "안 되면 다른 데로 옮기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이 상황이 설명되지 않습니다. 옮길 준비를 다 했는데 무엇이 안 옮겨진 것입니다.
백업을 받아도 남는 것
옮겨지는 것은 내가 만든 것입니다. 회사 소개 문구, 상품 사진, 오시는 길. 이건 파일로 받아서 다른 곳에 붙여 넣으면 됩니다.
안 옮겨지는 것은 시간이 만든 것입니다. 그 주소로 쌓인 검색 기록, 다른 사이트가 걸어 둔 링크, 명함과 전단지와 거래처 메일 서명에 적힌 글자. 이것들은 파일이 아니라서 내려받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전이 가능한지는 "데이터를 내보낼 수 있는가"로 갈리지 않습니다. 모두는 내보내기를 제공했습니다. 갈리는 것은 주소가 누구 것인가입니다.
주소가 내 것이 아닐 때
회사이름.modoo.at 이나 blog.naver.com/회사이름 같은 주소는 빌린 자리입니다. 모두는 x.modoo.at 형태의 부속 도메인을 무료로 줬고, 그래서 시작이 쉬웠습니다. 명함에 적을 수는 있지만 건물이 헐리면 같이 없어집니다.
자체 도메인이면 이 문제가 통째로 사라집니다. 도메인이 회사 것이면 그 뒤에 무엇이 붙어 있든 갈아 끼울 수 있습니다. 워드프레스로 시작해서 나중에 직접 만든 사이트로 옮겨도 주소는 그대로고, 검색엔진이 그 주소에 대해 알고 있는 것도 그대로 남습니다. 도구를 바꾸는 일과 주소를 바꾸는 일이 분리됩니다.
저는 이것이 홈페이지를 만들 때 가장 싸면서 가장 늦게 준비되는 항목이라고 봅니다. 도메인 값은 한 해 몇 만원이고, 대개 사이트를 다 만든 뒤에야 붙일 생각을 합니다.
검색 순위가 붙어 있는 자리
검색엔진은 글이 아니라 주소를 기억합니다. 같은 원고를 새 주소에 그대로 올려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원래 주소가 살아 있다면 옮겨 갔다고 알려 주는 방법이 있습니다. 301 이라는 응답으로 새 주소를 가리키면 검색엔진이 평가를 상당 부분 옮겨 줍니다. 그런데 그러려면 닫히는 쪽 주소를 내가 제어할 수 있어야 합니다. 플랫폼이 문을 닫으면 그 주소 자체가 없어지므로 이 방법을 쓸 수가 없습니다.
여기서부터는 경우마다 다릅니다. 얼마나 잃는지는 그 주소가 얼마나 오래 쌓였는지, 어떤 검색어로 들어오고 있었는지에 달려 있어서 일반화된 숫자를 말하기 어렵습니다. 확실한 것은 새 주소가 0에서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미리 오지 않는 종료 신호
"잘 되는지 지켜보다가 낌새가 이상하면 옮기면 된다"는 생각이 여기서 막힙니다.
모두는 2015년 4월 베타로 시작해 10년 가까이 운영된 서비스였습니다. 이용자가 없어서 닫은 것이 아니라, 네이버가 스마트플레이스·스마트스토어처럼 영역별 전문 플랫폼으로 힘을 모으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기 때문입니다. 밖에서 보면 서비스는 멀쩡히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용하는 쪽이 미리 알아챌 방법이 사실상 없습니다. 신호는 서비스 품질이 아니라 그 회사의 사업 구성에서 나오고, 그건 밖에서 안 보입니다. 무료 도구를 고를 때 "이 회사가 망할까"를 따지는 것은 그래서 별 소용이 없습니다. 망하지 않아도 닫습니다.
무료 도구가 맞는 자리
그렇다고 무료 도구가 나쁜 선택은 아닙니다. 위에서 잃는다고 한 것들이 애초에 필요 없는 자리가 있습니다.
사내 위키, 팀이 같이 보는 자료, 한 번 쓰고 마는 행사 안내, 개인 포트폴리오. 검색으로 찾아올 사람이 없고 주소를 명함에 적을 일도 없다면 무료 도구가 가장 합리적입니다. 만드는 데 반나절이면 되고 유지비가 0입니다.
갈리는 기준은 도구의 품질이 아니라 그 페이지가 회사의 공식 얼굴인가입니다. 고객이 회사 이름으로 검색해서 도착해야 하는 자리라면, 그 주소는 빌리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지금 확인할 것 한 가지
쓰고 있는 서비스가 자체 도메인 연결을 허용하는가. 이것 하나만 보면 됩니다.
허용한다면 오늘 도메인을 하나 사서 연결해 두는 것으로 대부분의 위험이 사라집니다. 서비스가 닫혀도 주소는 남고, 새 사이트에 그 주소를 다시 붙이면 검색엔진 입장에서는 같은 곳이 계속 있는 것이 됩니다. 허용하지 않는다면, 그 서비스에 쌓는 모든 것은 회수할 수 없는 형태로 쌓이고 있다고 보는 편이 맞습니다.
무엇을 갖춘 사이트가 회사에 필요한지는 회사 웹사이트의 기준 다섯 가지에서 따로 정리했습니다. 주소는 그중 첫 번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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