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기획과 마케팅 기획: 묻는 사람과 답을 정하는 사람
상품 상세페이지 회의를 하나 열었다고 해 봅시다. 마케팅 기획자는 상단에 "이거 진짜 좋아요"로 시작하는 카피와 후기 세 줄만 놓자고 합니다. 서비스 기획자는 배송 정책, 반품 조건, 사이즈 표, Q&A까지 화면에 다 넣어야 문의가 줄어든다고 말합니다. 둘 다 "전환율을 올리자"는 같은 목표를 말하는데, 화면에 넣고 싶…
상품 상세페이지 회의를 하나 열었다고 해 봅시다. 마케팅 기획자는 상단에 "이거 진짜 좋아요"로 시작하는 카피와 후기 세 줄만 놓자고 합니다. 서비스 기획자는 배송 정책, 반품 조건, 사이즈 표, Q&A까지 화면에 다 넣어야 문의가 줄어든다고 말합니다. 둘 다 "전환율을 올리자"는 같은 목표를 말하는데, 화면에 넣고 싶…
카카오 채널로 발주를 받아 자동으로 ERP에 넣는 화면을 만들었다고 해 봅시다. 데모에서는 문제없이 돌았고 고객도 만족했습니다. 그런데 출시 첫 주에 거래처 담당자가 수량 칸에 규격을 잘못 눌러 보냈고, 그 값이 그대로 ERP에 들어갔습니다. 이걸 누가 발견하고, 누구에게 알리고, ERP의 어느 값을 고쳐야 하는지는 화…
제조업체를 상대로 업무 시스템 제안서를 쓰다 보면 같은 지점에서 막힙니다. "이카운트보다 나은 ERP를 만들어 드리겠습니다"라는 문장을 쓰는 순간 이미 진 싸움이 됩니다. 회계, 세무, 급여, 4대보험, 전자세금계산서는 법과 제도가 정한 표준이고, 이카운트는 이걸 월 4만원에 처리합니다. 수천만원을 들여 같은 기능을 다…
관리자 화면 왼쪽 메뉴에 「상품 관리」, 「고객 관리」, 「주문 관리」, 「운영 정책」이 나란히 있습니다. 넷 다 누르면 목록이 뜨고, 한 줄을 누르면 수정 폼이 열리고, 저장 버튼이 있습니다. 화면만 보면 같은 물건입니다.
검수 회의에서 고객이 말합니다. "주문 목록을 엑셀로 내려받으면 거래처별 소계가 있어야죠." 개발한 쪽은 요구사항 정의서를 펼칩니다. 거기에는 한 줄이 있습니다.
회원가입 화면 하나를 두고 기획자 세 명이 모였다고 해 봅시다. 한 사람은 입력 칸을 몇 단계로 나눌지 묻습니다. 다른 사람은 가입 완료 화면에 첫 구매 쿠폰 문구를 넣자고 합니다. 마지막 사람은 탈퇴한 회원이 같은 번호로 다시 가입하면 쿠폰을 또 받을 수 있는지 묻습니다.
인쇄기 롤러를 만드는 제조사와 첫 협의를 했을 때 들은 요청은 두 가지였습니다. 견적 단계마다 영업사원이 직접 방문해야 해서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건수가 막힌다는 것, 그리고 중국어와 독일어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요청 제한을 분당 30회로 걸어 두었습니다. 접근 로그에는 같은 초에 수백 건이 찍혀 있는데 429는 한 건도 없습니다.
브라우저 안에서 도는 데스크톱을 만들고 있습니다. 창과 Dock과 터미널은 있는데 그 위에 올릴 앱이 없어서, 유틸리티 칸에 지뢰찾기를 하나 넣었습니다. 잘 돌길래 다음으로 체스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규칙을 다 짜고 엔진을 붙이려는 자리에서 한 번 멈춰야 했습니다. 지뢰찾기에는 없던 문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첫 고객의 업무 시스템을 만들기 시작하면 보안 항목 목록이 금세 길어집니다. MFA, 세션, 감사 로그, 백업, 접근 통제, SSO, 기기 인증, 로그 중앙화, 전용 네트워크. 목록을 다 채우고 시작하려 하면 업무 기능을 만들기 전에 인프라 설정으로 몇 주가 지나갑니다.